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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ibble

성별의 문제가 아닌 '권한과 책임'의 문제

재도담 2025. 12. 17. 19:12

권한과 책임은 비례해야 한다. 
이 균형이 유지될 때 갈등은 사라지지만, 
권한만 누리고 책임은 회피하려 할 때 사회적 균열이 발생한다. 
남녀갈등의 본질 또한 성별 그 자체보다는 '권한과 책임의 비례성'이 무너진 데서 찾을 수 있다.

과거에는 경제활동이 남성의 전유물이었고,
그에 따라 주거 마련의 책임은 남성에게, 가사와 육아의 책임은 여성에게 분담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여성의 경제활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책임을 분담하고 있다면 가사와 육아라는 권한과 의무 역시 동등하게 나누는 것이 마땅하다.
(요리나 육아가 특정 성별에 특화되어 있다는 주장은 현대 사회에서 더 이상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물론 가치관에 따라 여전히 남성이 주된 경제적 책임을 지고,
여성이 가사를 전담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다.
만약 두 사람이 이러한 역할 분담에 합의하고 서로의 책임을 존중한다면 이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결국 갈등은 각자의 역할 모델이 다른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져야 할 책임은 외면하면서 상대에게만 헌신을 강요할 때 발생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이기적인 '선택적 평등'이다.
아내가 맞벌이하기를 원하면서 가사나 육아는 여자의 책임이라 생각하는 남성,
혹은 본인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가사 노동만큼은 칼같이 반분하자는 여성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부부간의 갈등이 깊어질 때, 성별이라는 프레임을 걷어내고 '동성 룸메이트'와 살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내가 책임은 지지 않고 권리만 주장한다면 과연 상대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비례의 원칙은 사회적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책임의 무게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권한은 누리되 책임은 지지 않는 잘못된 리더십이 존재한다.
병장으로 대표되는 병영 내 수직 구조의 끝단, 혹은 책임보다 권위가 앞선 일부 학교 관리자의 모습이 그러하다. 
특히 사회생활의 첫 단추를 끼우는 군대에서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태도를 학습하게 되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책임 없는 권한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사회로 진출할 때, 우리 사회는 좋은 리더를 갖기 어려워진다. 

책임과 권한은 자전거의 두 바퀴와 같다.
책임이라는 앞바퀴가 방향을 잡고 나아가야 권한이라는 뒷바퀴가 힘차게 따라올 수 있다.
책임지지 않는 이에게 권한을 줄 이유는 없으며, 큰 책임을 진 이에게는 그에 걸맞은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이 자명한 원리를 지키는 것, 그것이 갈등을 해결하는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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