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redGen's story

(2023-32) 고래 [문학-소설] (천명관) 본문

Report of Book/문학

(2023-32) 고래 [문학-소설] (천명관)

재도담 2023. 10. 18. 14:07

고래 

천명관 저, 문학동네, 455쪽. 

언제나 해학과 위트가 넘치는 천명관 작가의 소설, 고래. 

몇 달 만에 책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반편이의 애를 낳고 세상에 대한 복수의 일념으로 국밥집을 해서 돈을 모은 노파. 
노파의 일그러진 자존감으로 눈을 잃은 노파의 딸. 

산골에서 태어나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집을 나간 금복. 
따라간 생선장수와 함께 살며 건어물장사를 시작해 큰 돈을 벌게 되지만, 
괴력을 지닌 걱정과 사랑에 빠져 생선장수를 버리고 걱정과 함께 살게 되는데, 
걱정의 부상으로 간병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중 건달 칼자국을 만나고 
셋은 함께 살게된다. 
그러던 중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여 바다에 몸을 던진 걱정, 
그리고 이를 칼자국의 살인으로 오해해, 칼자국을 죽인 금복. 
거지가 되어 전국팔도를 돌다가 임신을 하게 되어 딸 춘희를 낳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점보라는 코끼리를 기르는 쌍둥이자매와 연을 맺게 되고 
그들은 '평대'라는 곳에서 커피장사를 하며 또 다시 재산을 쌓게 되다가, 
강도를 만나 모아둔 돈을 잃었으나, 
국밥집 노파가 모아놓은 엄청난 양의 돈을 얻게 되어 다시 일어서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금복은 文이라는 남자를 만나 벽돌공장을 짓게 된다. 

국밥집노파의 딸, 애꾸가 찾아와 금복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하지만 
금복은 그 말을 무시하고 
수련이라는 창녀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수련은 금복이 모든 행정업무를 맡긴 약장사와 눈이 맞아 달아나고 
약장사는 금복의 모든 재산을 빼돌려 달아나지만, 그들은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재산을 모두 날린 금복은 매일 술에 쩔어 살다가 
어느 날 자신이 만든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극장에 난 불로 사망하게 된다. 

춘희는 극장의 화재로 인해 옥살이를 하고 나와
어릴 적 기억이 살아있는 평대에서 평생 벽돌을 구우며 남은 삶을 살게 된다. 

--------

슬럼프 때문에 오랜 기간 독서를 못하고 있다가, 정말 오래간만에 책을 읽었다. 그나마 재미있고 흡입력 있는 소설이라, 책을 잘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재미있게 읽기는 했는데, 다 읽고 나서 의문이 생긴다.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고래>는 무슨 의미로 붙인 제목일까. 언뜻 보면, 소설의 내용과 제목은 전혀 관계가 없는 것 같다. 고래, 하니까 <모비딕>이 연상된다. “모비딕은 19세기 당시 세계 최대의 포경업으로 미동부지역을 휩쓸던 부와 사치, 그리고 물욕과 탐욕의 자본·물질주의와 노예·신분제도 및 신을 잃어버린 기독교 문명과 청교도 사회의 썩고 비린내나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모비딕에 대한 설명이다. 모비딕에 대한 설명을 읽고 보니, 천명관의 소설 <고래>도 그와 유사한 의미로 붙여진 제목이 아닐까 싶다. 고래를 꿈꾸던 금복, 국밥집 노파, 생선장수, 걱정, 칼자국, 수련, 약장수.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욕망을 좇아 살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그런데 소설이 시작과 끝에 등장하는 ‘춘희'라는 캐릭터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프랑스의 동명 소설 ‘춘희(라트라비아타)’는 창부 마르그리타와 청년 아르망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소설 ‘고래'에 등장하는 ‘춘희'는 말을 하지 못하지만 자연과 교감하며 그 누구보다도 생명체의 감정에 공감할 줄 아는 인물이다. 그런 그녀는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하고 나와 평생 벽돌을 굽는, 벽돌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 죽는다.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우리의 삶은 욕망과 오해, 그로 인해 복잡하게 얽히며 발생하게 되는 비극적인 사건들과 명예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내가 다양한 문학작품에 조예가 깊었다면 이 소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비딕>과 <춘희>도 한 번 읽어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