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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ibble

국가의 사법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재도담 2019. 3. 19. 23:35

시민으로부터 폭력에 대한 권한을 이양받은 국가권력이 그 권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래서 시민들의 공분을 제대로 삭여주지 못한다면, 리바이어던에 의해 통제된 시민들의 폭력이 언제 튀어올라 무질서와 혼란을 초래하게 될지 모른다.
미투 운동으로 그동안 불편하고 무례하게 행해져 왔던 성추행과 언어폭력이 처벌받고 있는 시대에, 멀쩡한 여대생을 유인, 납치하여 폭행하고 마약투여, 강간하는 것도 모자라 신고하지 못하도록 불법 촬영한 영상으로 협박한 사안에 대해 ‘혐의없음’이라는 딱지로 돌려보내는 일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지나가는 여종업원의 엉덩이를 만진 혐의로 2년을 선고받는데, 형평성을 기하자면 앞의 범죄에 대해서는 광화문 사거리에서 사지를 말에 묶어 찢어죽여도 시원찮을 판인데, 아무도 처벌 받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시민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인류가 국가라는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폭력적인 성향이 현저히 줄어든 것은 국가가 개인의 복수를 대신 해 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국가권력이 개인의 피해와 분노를 제대로 해소해주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하여 발생하고 그것이 학습되어지면 국민들은 더 이상 인과응보라는 말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피해자가 되느니 가해자의 입장에 서야겠다는 생각이 학습될 수 밖에 없다.
고인들에게는 안된 일이겠으나, 이희진 부모 살인사건도 어찌보면 국가가 경제사범들이나 사기꾼들에게 적절한 수준의 처벌을 못한다고 느낀 피해자가 살인을 사주한 사건이 아닌가싶다. 범죄자의 부모(그들이 함께 범죄에 가담하였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까지 살해되는 끔찍한 사건을 보면서, 그동안 사기피해를 당해서 온 가족이 몰락하는 경험을 한 누군가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