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Gen's story
(2026-21) 예언자 [에세이] (칼릴 지브란) 본문
예언자
칼릴 지브란 저, 류시화 역, 무소의뿔, 256쪽.

< 결혼에 대하여 >
그대들은 함께 태어났으니 영원히 함께하리라.
죽음의 흰 날개가 그대들의 날들을 흩어 버릴 때에도 함께 있으리라.
그렇다, 신의 말 없는 기억 속에서도 그대들은 함께 있으리라.
그러나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도 그대들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리지만 줄은 서로 따로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으니.
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으니.
< 아이들에 대하여 >
그대의 아이는 그대의 아이가 아니다.
아이들은 스스로를 그리워하는 큰 생명의 아들과 딸들이니,
아이들은 그대를 거쳐서 왔을 뿐 그대로부터 온 것이 아니다.
또 그대와 함께 있을지라도 그대의 소유가 아니다.
그대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으나, 그대의 생각까지 주려고 하지 말라.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의 생각이 있으므로.
그대는 아이들에게 육신의 집은 줄 수 있으나, 영혼의 집까지 주려고 하지 말라.
아이들의 혼은 내일의 집에 살고 있으므로. 그대는 결코 찾아갈 수 없는, 꿈속에서조차 갈 수 없는 내일의 집에.
그대가 아이들과 같이 되려고 애쓰는 것은 좋으나, 아이들을 그대와 같이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생명은 결코 뒤로 물러가지 않으며, 어제에 머무는 법이 없으므로.
그대는 활이며, 그대의 아이들은 살아 있는 화살처럼 그대로부터 쏘아져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활 쏘는 자인 신은 무한의 길에 과녁을 겨누고, 자신의 화살이 더 빨리, 더 멀리 날아가도록 온 힘을 다해 그대를 당겨 구부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대는 활 쏘는 이의 손에 구부러짐을 기뻐하라.
그는 날아가는 화살을 사랑하듯이 흔들리지 않는 활 또한 사랑하기에.
< 일에 대하여 >
...
그대는 언제나 일이란 재난 같은 것이고, 노동은 불행이라는 말을 들어 왔다.
그러나 나는 그대에게 말한다. 그대가 일을 할 때는 대지의 가장 깊은 꿈의 한 부분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 꿈이 처음 그려지던 때부터 그대의 몫으로 남겨진 그 한 부분을.
일을 통해서만 그대는 진정으로 생명을 사랑할 수 있다.
또한 일을 통해 생명을 사랑하는 것만이 생명의 가장 깊은 비밀에 다가가는 길이다.
...
< 쾌락에 대하여 >
...
그대의 들판으로, 그대의 정원으로 가 보라. 그러면 알게 되리라. 꽃으로부터 꿀을 따모으는 일이 꿀벌의 쾌락임을.
히지만 벌에게 꿀을 내주는 것 역시 꽃의 쾌락이다.
왜냐하면 벌에게 꽃은 생명의 샘이고,
또한 꽃에게 벌은 사랑의 심부름꾼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벌과 꽃 모두에게 쾌락을 주고받는 것은 하나의 필요, 또한 하나의 환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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