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Gen's story
모두가 자식의 폰과 싸우고 있다. 본문
“모두가 자식의 폰과 싸우고 있다.“
끝없는 스크롤과 알림이 만들어내는 중독,
즉각적인 보상에 길들여지며 무너지는 충동 조절 능력,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자신을 깎아내리게 만드는 외모 품평 문화,
그리고 화면 안으로 옮겨와 더 은밀하고 집요해진 일진 문화와 사이버 괴롭힘까지.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에게 남기는 흔적은 결코 가볍지 않다.
또래집단을 부모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시기인 청소년에게,
혼자만 소셜미디어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단순한 절제를 강요하는게 아니라 자발적인 왕따를 선택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친구들이 어제 올린 게시물과 그 아래 달린 댓글로 대화가 시작되는 교실에서,
계정이 없는 아이는 대화의 바깥에 선다.
그래서 개인에게 “소셜미디어 쓰지마”라는 조언은
사실상 “혼자 고립을 감수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개인의 자제력에 책임을 떠넘기는 순간, 문제를 푸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된다.
청소년의 뇌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충동을 제어하고 장기적 결과를 판단하는 전전두엽은 20대 중반까지 발달하며,
이 시기의 뇌는 자극에 따라 회로가 강하게 재구성되는 신경가소성이 극대화되어 있다.
다시 말해, 청소년기는 중독이 가장 쉽게 뿌리내리고 가장 오래 남는 시기다.
어른조차 끊기 어려운 알고리즘 앞에서, 브레이크가 덜 자란 뇌에게
"스스로 조절하라"는 것은, 불가능한 요구에 가깝다.
흡연과 음주에 연령 제한을 두는 것과 마찬가지로,
발달 중인 몸과 뇌를 보호하기 위해,
개인의 선택에만 맡기지 않고 법으로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중독성이 설계의 핵심인 상품 앞에서,
보호는 강제력을 동반할 때 비로소 실효성을 갖는다.
호주는 2025년 12월 10일부터 16세 미만 청소년이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계정을 만들거나 유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세계 최초의 제도를 시행했다.
주목할 점은 처벌 대상이 청소년이 아니라 플랫폼 기업이라는 것이다.
청소년의 계정 보유를 막기 위해 합리적 조치를 하지 않은 기업에 최대 약 485억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아이를 단속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로 돈을 버는 구조에 책임을 묻는 방식이다.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덴마크 등도 비슷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어차피 우회할텐데 무슨 소용이야"라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이 술·담배 규제를 우회한다고 해서 그 규제가 무의미하지는 않다.
법의 의미는 100% 완벽한 차단에 있지 않다.
법은 사회가 무엇을 정상으로 여기는지를 선언한다.
"청소년에게 소셜미디어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라는 기준선이 생기는 순간,
아이에게 소셜미디어 사용을 못하게 하는 부모도, 앱을 삭제하는 아이도 더 이상 유별난 사람이 아니게 된다.
법이 바꾸는 것은 개인의 행동만이 아니라 문화 전체의 기본값이다.
실제로 시행 석 달 만에 호주에서는 470만 개가 넘는 16세 미만 계정이 삭제·비활성화·접근 제한 조치를 받았다.
다만 법을 만든다면 정교해야 한다.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소셜미디어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해악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연령 확인 기술의 정확성과 사생활 침해 우려를 어떻게 균형 잡을지,
차단이 또 다른 음성적 공간으로 아이들을 내몰지 않을지,
그리고 무엇보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가정의 역할을 어떻게 함께 강화할지를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금지는 출발선일 뿐, 그 자체가 결승선은 아니다.
법이 만들어진다고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법을 기다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안, 아이들의 시간은 흘러가고 뇌는 굳어간다.
불완전한 보호라도, 보호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안전벨트를 의무화했듯, 이제는 또 하나의 안전벨트를 채워줄 때다.
'Information > Open archiv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좌우의 여러 카테고리 (0) | 2026.06.04 |
|---|---|
| 밸런스 게임 (0) | 2026.06.03 |
| 뇌 인지과학: 해마, 선조체, 그리고 맥락적 추론 (0) | 2026.05.29 |
| 도파민 중독 탈출법 (0) | 2026.05.26 |
| 장경인대 증후군의 회복과 치료 방법 (0) | 2026.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