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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 of Book/역사

[Book] 역사란 무엇인가

재도담 2015. 11. 28. 22:00

2015 - 47

두 말이 필요 없는 E.H.카의 명저, 「역사란 무엇인가」

1장 역사가와 사실 

정확성을 기하는 것은 의무일 뿐이지 미덕은 아니다. 역사를 정확하게 기억한다고 해서 역사가를 칭찬한다는 것은, 잘 말린 목재를 사용하거나 잘 혼합된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건축가를 칭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것은 그가 하는 일의 필요조건이지 본질적인 기능은 아니다. 모든 역사가들에게 공통되는 기초적 사실이란 일반적으로 역사가들이 사용하는 원료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지 역사 그 자체의 범주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이란 역사가들이 그것을 찾았을 때만 살아 있는 것이다. 역사가의 해석으로부터 독립하여 객관적으로 존립하는 역사적 사실의 단단한 핵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은 본말이 뒤집힌 오류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건이 역사적 사실로서 인정되느냐 안되느냐 하는 문제는 결국 역사가들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해석이라는 요소는 역사의 모든 사실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역사는 비록 사실에 토대를 둔 것이라고는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결코 사실이 아니고 널리 인정되게 된 일련의 판단에 불과하다. 
무지(無知)는 역사가가 갖추어야 할 첫번째 요건이다. 왜냐하면 무지에 의해 모든 사실이 단순화되고 명확화되며, 또한 골라지고 버려지기 때문이다. 
19세기에 나타난 사실 숭배는 문서 숭배에 의해 완성되고 정당화되었다. 그러나 어떤 문서라 할지라도 그 문서를 작성한 필자가 생각한 것 이상을 우리에게 말해줄 수는 없다. 
영국의 역사가들이 '역사철학'에 관심이 없었던 진정한 이유는, 그들이 역사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역사의 의미란 논의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모든 역사는 '현대사'이다. 모든 역사적 판단의 기초를 이루는 것은 실천적 요구이기 때문에 모든 역사에는 '현대의 역사'라는 성격이 부여된다. 서술되는 사건이 아무리 먼 시대의 것이라 할지라도 역사가 실제로 반영하는 것은 현재의 요구 및 현재의 상황이며, 사건은 다만 그 속에서 메아리칠 따름이다. 역사철학은 "과거의 그것"을 취급하는 것도 아니고 "과거의 그것에 관한 역사가의 사상"을 취급하는 것도 아니며 "상호관계에 있는 양자"를 취급하는 것이다. 재구성의 과정이 사실의 선택과 해석을 지배한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사실을 역사적 사실로 만들어 놓는 것이다. 
역사상의 사실은 순수한 형식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또한 존재할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순수하게 우리 앞에 나타날 수 없다. 말하자면 언제나 기록자의 마음을 통해서 굴절되어진다. 
역사는 선택할 의무가 있다. 용어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도 중립이 허용되지 않는다. 
역사가의 기능이란 과거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을 과거로부터 해방시키려는 것도 아니며, 현재를 이해하는 열쇠로서 과거를 정복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호작용의 과정으로, "현재와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할 수 있다. 

2장 사회와 개인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도 개인적으로 상속된 것이 아니라  그가 자라나는 집단으로부터 받은 사회적 획득물이다. 
과거에 대한 역사가들의 전망이 현재의 문제에 대한 통찰에 기초하여 조명될 때에 위대한 역사는 씌어진다. 
역사가가 아닌 사람들의 생각도 마찬가지겠지만, 역사가의 사상도 시간 및 공간적 환경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역사란 다른 시대의 좋지 않은 영향으로부터 우리들을 구해내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 시대의 좋지 않은 영향과 환경의 억압, 그리고 우리들이 숨쉬고 있는 공기의 압력으로부터 우리를 구제하지 않으면 안된다. 
역사를 연구하기 전에 역사가를 연구하라. 그리고 역사가를 연구하기 전에 역사가의 역사적·사회적 환경을 연구하라. 
한 시대의 위인이란 그 시대의 의지를 표현하고, 시대의 의지를 그 시대에 전해주어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인간을 말한다. 그의 행위는 그 시대의 정수이자 본질이다. 이로써 그는 자기 시대를 실현하는 것이다. 
과거는 현재의 빛에 의해 비쳐졌을 때에만 비로소 이해될 수 있는 것이며, 또한 현재도 과거의 조명 속에서만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역사의 이중적 기능이란, 인간으로 하여금 과거 사회를 이해하게 하고 현재 사회에 대한 인간의 지배력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3장 역사와 과학과 도덕 

역사가들이 진실로 관심을 가지는 것은 특수한 것이 아니라 특수한 것 속에 있는 일반적인 것이다. 역사는 특수한 것과 일반적인 것과의 관계를 문제삼는 것이다. 여러분이 역사가라면, 사실과 해석을 갈라놓을 수 없듯이, 특수한 것과 일반적인 것을 분리할 수 없으며, 또한 하나를 다른 것 위에 올려놓을 수도 없다.
역사가는 엄격한 재판관이라는 사고방식을 버리고, 과거의 개인에 대해서가 아니라 과거의 사건, 제도, 정책에 대해서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는 노동자와 채무자를 끌어들이는 주인 없는 노예제"라고 하면서, "역사가는 제도에 대하여 도덕적 판단을 내려야 하며, 그것을 만든 개인에 대해서는 내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정당한 주장이다.
대가를 지불한 사람들이 이익을 얻는 사람과 일치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엥겔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 "역사는 모든 여신 중에서 아마 가장 잔인한 여신일 것이다. 전쟁에 한하지 않고 '평화적인' 경제발전에서도 이 여신은 시체의 산을 넘어 승리의 전차를 끌고 간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매우 어리석어서 말할 수 없는 고난에 견딜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지 않고는 진정한 진보를 위하여 용기를 내지 않는다." 
역사란 운동이며, 운동은 비교를 포함하고 있다. 역사가는 '선'이나 '악'이라는 비타협적인 절대가치를 이용하기보다는 '진보적'이라든가 '반동적'이라는 비교적인 성질의 용어를 사용하여 도덕적 판단을 표현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것은 각양 각색의 사회나 역사 현상을 어떤 절대적 기준과의 관계에서가 아니라, 그들 상호관계에서 규정하려 시도한다. 
사회와 역사로부터 유리된 추상적 기준과 가치는 추상적인 개인과 동일한 환상이다. 진정한 역사가라는 것은 모든 가치의 역사적 피제약성을 인정하는 사람을 말한다. 

4장 역사에서의 인과관계 

역사 연구는 원인을 연구하는 학문. 역사가는 '왜?'라는 의문을 계속해서 가져야 한다. 
진정한 역사가라면 모든 원인 가운데서도 가장 적절한 원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을 결정하려는 직업적 의무를 느끼게 된다. 바로 여기에서 주제에 대한 역사가의 해석이 있게 된다. 역사가가 어떤 원인을 내세우는가에 따라 그가 어떤 역사가인지를 알 수 있다. 
누군가가 역사는 우연의 연속이라고 나에게 말한다면, 나는 이 사람이 지적으로 태만하거나, 지적인 생명력이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은 합리적 원인과 우연적인 원인을 구별해야 한다. 전자는 다른 나라, 다른 시대, 다른 조건에도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효한 일반화를 만들어내고, 따라서 그곳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또 우리들의 이해력에 깊이와 폭을 더해주는 작용을 한다. 역사에서 인과관게에 관한 논의의 열쇠가 되는 것은 목적이라는 관념이다. 목적이란 관념은 필연적으로 가치판단을 포함한다. 
현재라는 것은 과거와 미래를 갈라놓는 가공의 선이라는 개념적인 존재에 불과하다. 

5장 진보로서의 역사 

'냉소주의'란, 역사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거나, 혹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혹은 어떤 것이든 마음에 드는 의미는 모두 갖다 붙일 수 있는 것이 역사라고 보는 견해다. 
진보의 시대가 있듯이 퇴보의 시대가 있는 것도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후퇴 후의 전진이 같은 지점에서 같은 방향을 따라 다시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경솔한 생각이다. 
역사에서의 객관성이라는 것은 사실의 객관성이 아니라, 단지 관계의 객관성, 즉 사실과 해석 사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 사이의 관계의 객관성을 말한다. 우리가 어떤 역사가를 객관적이라고 부를 때, 우리는 두 가지 점을 고려한다. 첫째로 그 역사가가 사회와 역사 속에 놓여 있는 자신의 상황에서 오는 좁은 견해를 뛰어넘을 수 있는 능력-완전한 객관성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에 의존하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로 그 역사가는 자신의 비전을 미래에 투입해 보고, 거기에서 과거에 대해 깊게, 영속적인 통찰을 얻는 능력을 의미한다. 
역사기술은 진보하는 과학으로 낡은 해석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해석 속에 포섭되고 교체된다. 
객관적인 역사가는 사실과 가치의 상호작용을 가장 깊이 통찰할 수 있는 역사가라고 할 수 있다. 진리는 사실의 세계와 가치의 세계 모두에 부합합는 말로 양쪽의 요소를 지닌 채 성립된 것이다. 역사가는 사실과 해석, 사실과 가치의 양자 사이에서 몸의 균형을 잡고 있는 사람들이다. 역사가는 이 두 개의 요소를 분리할 수 없다. 
참된 이름의 역사는 역사 자체의 방향감각을 찾아내어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것이다. 

6장 넓혀지는 지평선 

현대인은 자기가 걸어나온 과거의 희미한 어둠 속을 열심히 되돌아보고 있지만, 그것은 혹시나 과거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빛이 그가 이제부터 들어서려고 하는 앞날의 어둠을 밝혀 주지나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앞날에 대한 바람과 불안이 이제까지 거쳐온 과거에 대한 통찰을 하도록 격려해 준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끝없는 역사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마르크스에 의하면, 역사는 [① 경제적인 법칙을 따라서 전개되는 사건의 움직임, ② 이에 대응하는 변증법적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사상의 발전, ③ 이에 순응해서 일어나는 계급투쟁 형태 속에서의 실천]을 의미한다. 
지난 400년간 영어사용 세계의 역사가 역사상 위대한 시기였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나, 그것을 세계사의 중심으로서 취급하고, 그 밖의 다른 것은 모두 변두리 부분으로 취급한다는 것은 왜곡된 견해이다. 이러한 일반적인 왜곡을 바로잡아 주는 일이야말로 대학의 의무이다.